[영화 읽어주는 여자] 어느 날, 나무가 모두 사라졌다 <로렉스>

인쇄하기

세상에서 나무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열 한 번째 브런치는 이런 상상을 그린 영화플라스 <로렉스>입니다. 모든 것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마을 스니드 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새 것입니다. 나무도 버튼 하나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천국같은 곳에 살면서도 주인공 테드는 끊임없이 진짜 나무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테드를 경악하게 만든 진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이곳에선 매일매일이 새롭다네. 자동차도 집도, 잔디도 늘 새 거야. 필요한 건 모두 있는 곳, 이곳에선 나무도 대량으로 생산된다네, 모두 공장에서 만들어지지. 이곳의 삶이 좋아. 여긴 낙원과 같은 곳, 여긴 완벽해, 언제까지나 그럴 거야!”

 

이 노래 가사가 소개하고 있는 도시는 어디일까요? ‘스니드빌’이라는 마을입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와 싫증 나면 버리면 되고, 버튼만 누르면 나무에 화려한 불빛이 들어오는, 돈 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영원히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풍요로움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로렉스>입니다.

 

 ‘진짜’ 나무를 찾아서

 

인공 플라스틱 도시, 스니드빌. 주인공 테드에게는 짝사랑하는 소녀가 있습니다. 그녀의 소원은 플라스틱 나무가 아닌, 진짜 나무를 마당에서 키우는 것. 하지만 스니드빌에 진짜 나무는 물론이고 씨앗조차 구할 수 없습니다. 오드리의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은 테드에게 할머니는 한 가지 비밀을 알려줍니다.

 

“원슬러를 찾아. 원슬러는 나무가 사라진 이유를 알고 있어. 나무를 찾으려면 그를 찾아야 해!”

 

사랑하는 오드리를 위해 테드는 한 평생 벗어나지 않았던 스니드빌을 탈출합니다. 황량하기만 한 도시 밖. 폐수가 흘러 악취가 풍기고, 나쁜 공기가 자욱해 숨을 쉬기조차 힘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불빛 하나 없는 절벽을 지나, 테드는 드디어 원슬러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쓰러져가는 집 안에 모습을 숨긴 원슬러는 나무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테드의 말에 그동안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무를 지키려는 자, 나무를 없애려는 자

 

젊은 시절 원슬러는 여러 용도로 멋을 낼 수 있는 ‘스니드’를 만들 재료를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오랜 여행에 몸도 마음도 지쳐 포기하려던 때, 그는 완벽한 재료를 만납니다. 깃털처럼 부드러운 형형색색의 트러풀라 나무가 쭉 늘어서 있던 그곳은 낙원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트러풀라 나뭇잎으로 스니드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스니드 열풍으로 떼 돈을 벌게 된 원슬러. 돈 맛을 알아버린 그는 그 뒤로 인정사정없이 나무를 베기 시작합니다. 그때 숲의 수호자 로렉스가 나타나 말합니다.

 

“나무는 어느 방향으로 쓰러지지? 바로 기울어진 방향이야. 이처럼 너도 네 삶의 방향을 잘 정해야 해.”

 

로렉스의 경고를 무시한 채, 원슬러는 마지막 하나 남은 나무까지 베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곧이어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습니다. 공장을 무리하게 돌린 탓에 공기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나빠져 있었습니다. 이때 오헤어가 등장합니다. 매연에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 냅니다. 공기를 팔자! 그렇게 오헤어는 스니드 빌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공기를 팔며 떼 부자가 됐습니다.

노인이 된 원슬러는 지구 상에 남은 마지막 트라풀라 씨앗을 테드에게 건넵니다. 씨앗을 소중히 감춰 도시로 들어갔지만, 곧바로 오헤어에게 쫓기기 시작했습니다. 나무가 자라 신선한 공기를 만들어 낸다면, 더 이상 공기는 팔리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테드는 과연 나무를 심을 수 있었을까요?

 

공기를 팝니다

 

출처: http://nextshark.com/china-selling-fresh-air-in-plastic-bags/

올해 초, 중국에서 재미있는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습니다. 광둥성의 한 산에서 사람들이 풍선처럼 빵빵해진 빈 봉지를 팔고 있습니다. 이 빈 봉지의 가격은 10위안에서 30위안, 우리 돈 1,750원에서 5,300원에 해당하는 가격입니다. 어느 가정집에나 있을 법한 이 봉지를 돈을 주고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신선한 공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전 세계 사람들은 봉지에 공기를 담아 판다는 소리에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부분 웃고 넘겼지만, 광둥성에 거주하는 시민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일주일 내내 계속된 스모그 현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침통해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사진은 더 이상 웃음거리가 아닙니다. 실제로 공기를 파는 회사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의 바이탤러티 에어라는 회사는 중국으로 수출할 계획으로 로키 산맥의 공기를 캔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7.7리터 정도 하는 한 캔의 가격은 100위안, 우리 돈 1만 8천 원 정도 하는 가격입니다. 이 사업은 과연 성공했을까요?

출처: http://vietnamnet.vn/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첫 번째로 수출한 500캔은 4일 만에 완판이 됐고, 그다음으로 수출한 4,000여 개의 캔 역시 사전 구매로 모두 매진이 됐습니다. ‘오염이 심각한 지역에 맑은 공기를 팔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장난처럼 시작한 사업이 대박을 터뜨린 것입니다. 지금은 밀려드는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주문이 쇄도한다고 합니다.

중국이니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 바이탤러티 에어는 올해 탄소 없는 마을이 있는 경상남도 하동군과 산소캔 상품화 사업 체결을 했습니다. 2015년 하동군은 화개면에 있는 목통 마을을 ‘제1호 탄소 없는 마을’로 선포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탄소 없는 마을은 화석연료가 아닌 물, 태양, 바람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마을을 뜻합니다. 바이탤러티 에어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탄소 없는 마을의 공기를 분석한 다음, 2017년 시판을 목표로 제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내년에는 마트에서 산소 캔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맑은 공기가 사치품이 되어버린 이유

 

미세먼지, 2016년 인터넷을 달궜던 뜨거운 검색어 중의 하나였습니다. 5월 한 달만 미세먼지 ‘나쁨’인 날이 8일이나 됐습니다. 이는 올해만 있는 특이한 현상은 아닙니다. 2013년도에도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았으니까요.

출처: 세계시민교육 보니따

더 큰 충격은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2013년 정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초미세먼지의 50-70%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30-50%가 중국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더 이상 중국의 탓만을 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미세먼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 걸까요? 미세먼지는 꽃가루처럼 자연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이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 가루 성분의 재료를 사용하는 공장 등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장이나 차에서 만들어지는 미세먼지보다 이 먼지들이 만들어진 후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나온 먼지들이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2차 미세먼지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양은 전체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많습니다.

미세먼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세계질병부담 연구에 따르면, 2010년 초미세먼지로 일찍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 320만 명이나 됩니다. 국내 조기 사망자 수도 약 3만 2천 명이나 됩니다. 그리고 2013년, WHO는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까지 했습니다. 미세 먼지는 호흡기 질환에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심혈관 질환에도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심근 경색과 같은 혈액 공급이 부족해 생기는 허혈성심질환 사망률이 30-80%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기 오염이 심각해짐에 따라 나라마다 여러 가지 대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인도는 올해 5월부터 뉴델리에서 경유 택시 운행을 전면 금지시키며, 대기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경유차를 몰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경유차의 본 고장 유럽에서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파리에는 경유차 운행이 완전 금지되며, 독일은 대기 오염이 심한 지역의 경우,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유차는 도심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 반면 우리는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경유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경유차에 부과했던 환경개선부담금을 폐지하고, 대신 경유 가격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붙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린피스는 석탄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1960년대를 주름잡았던 석탄, 70년대 석유가 주 에너지 원으로 대체되면서 사실상 그 사용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석탄화력발전소가 여기저기에 건설되면서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쉬지 않고 돌아간 결과, 석탄은 2014년 우리나라 전력의 39%를 만들어내면서, 원자력을 제치고 에너지 생산 1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 석탄 사용량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봐도 월등히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석탄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자, 6번째로 석탄 전력 생산이 많은 나라입니다.

출처: 세계시민교육 보니따
 

그린피스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 정책입니다. 석탄 사용량이 많은 미국과 중국도 석탄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펼치는 반면, 우리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늘리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1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며, 추가로 13기가 더 건설될 계획입니다. 계획대로 라면, 2020년에는 총 77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행이 될 예정입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로 매년 1,600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정책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그린피스는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인 나무 심기가 있습니다. 너무 교과서적이고 뻔한 생각이지만, 미세 먼지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은 40년 생 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미세 먼지의 양이 35.7kg이라고 발표하며, 도시 삼림 조성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삼림이 흡수하는 미세먼지 양은 얼마나 될까요? 3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미세 먼지 농도를 나쁨에서 좋음으로 바꾸기 위해서 공기 청정기를 2시간 돌려야 합니다. 이때, 공기청정기가 흡수한 미세 먼지는 약 0.018g. 나무 한 그루는 공기 청정기를 3,966시간 돌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출처: 세계시민교육 보니따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은 산림 면적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나 서울은 1인당 도시림 면적은 세계 보건기구 권장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서울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41.9%를 삼림이 흡수한다고 합니다. 나무 심기, 그리 만만하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미세먼지_4
출처: 세계시민교육 보니따

 

마법은 우리가 만들어낸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원슬러가 건넨 지구 상 마지막 트러플러 씨앗을 심기 위해 테드는 서둘러 떠납니다. 하지만 오헤어는 테드를 뒤쫓기 시작합니다. 테드를 추격하는 오헤어 일당의 소란에 도심에는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이때 테드는 기계차를 끌고, 오랜 시간 굳게 가로막혀 있던 벽을 허물어 버립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스니드빌과 달리 황량하게 드러나 도시 밖 모습에 사람들을 충격에 빠집니다. 이때 테드가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스니드빌은 완벽한 곳이 아닙니다. 무언인가 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거예요. 우리의 삶을 바꿔야 해요.”

 

사람들은 나무를 심자고 목소리를 모았고, 테드는 딱딱한 플라스틱 잔디밭을 깨서 그 밑에 있던 폭신폭신한 흙에 나무를 심습니다. 이렇게 스니드빌에 첫 나무가 자라났습니다. <로렉스>의 원작 동화를 만든 닥터 수스는 말합니다.

 

“만약 누군가 관심을 가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아요.”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문제와 함께 살아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