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어주는 여자] 올림픽, 그들만의 리그 <시티 오브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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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메달을 땄다는 소식만으로도 찜통같은 더위를 잊을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 올림픽 때문에 삶이 힘들어졌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상징 예수상과 그 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해변 뒤에 감춰진 도시 파벨라. 이들은 매일 같이 울려퍼지는 총성으로 제대로 마을을 활보하지도 못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열 번째 영화 <시티 오브 갓>에서 확인하세요.


 

올림픽 하면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평화의 상징’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경기 기간 중에는 다른 나라를 침범하지 말자는 약속에서 유래했습니다. 평화의 정신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올림픽 기간에는 전쟁을 멈추자는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있습니다. 물론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되도록 많은 나라들이 이를 지키려고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림픽 열기로 뜨거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매일 같이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텔레비전 앞에서 열광하는 사이, 경찰을 포함해 14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림픽의 의미와는 상반되는 총소리와 살인. 브라질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영화 <시티 오브 갓>입니다.

 

전설의 3인조

 

리우데자네이루 파벨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가난한 동네입니다. 학교에 갈 형편도, 누군가의 돌봄을 받을 형편도 안 되는 아이들은 삼삼오오 돈을 벌 궁리를 합니다. 동네 아이들의 우두머리인 전설의 3인조와 이들을 따라다니는 리틀 디스는 격이 다른 놀라운 계획을 세웁니다.

 

“모텔을 털자!”

 

어두컴컴한 밤, 리틀 디스에게 망보는 일을 맡기고, 세 명의 소년들은 모텔 안으로 들어갑니다. 모텔을 접수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총구를 머리에 겨누기만 해도 사람들은 벌벌 떨며 지갑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때, 어디선가 들리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돈을 다 주워 담지도 못한 채, 세 명의 아이들은 줄행랑을 칩니다. 무사히 도망쳤다는 생각에 안심했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모텔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경찰들이 아이들을 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설의 3인조는 얼마 되지 않아 몸에 구멍이 난 채 숨을 거둡니다. 진짜 범인인 리틀 디스는 빼고 말입니다.

 

이 구역의 주인은 나다

 

전설의 3인조가 사라진 몇 년 뒤 시티 오브 갓에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한 때 리틀 디스라고 불렸던 리틀 제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살인을 저질러 왔던 리틀 제에게 시티 오브 갓에 들어온 마약상들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도시를 접수한 리틀 제. 그러나 평화도 잠시, 곧바로 리틀 제의 라이벌 캐럿이 등장합니다. 하늘 아래 두 개의 주인이 있을 수 없듯이 두 사람은 상대를 없애기로 결심하고, 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 사람들이 가족을 죽였어요.
리틀 제 패거리가 내 엉덩이를 찼어요.
누나를 강간한 놈이 캐럿 일당이에요.”

 

다양한 이유로 모인 동네 아이들은 두 편으로 갈려 거리낌 없이 상대편에게 총을 쏴댑니다. 온 마을에는 매일 같이 총소리가 울리며, 바닥에는 여기저기 시체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리틀 제는 과연 이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을까요?

 

신이 버린 도시, 파벨라

 

영화 <시티 오브 갓>은 도시를 장악하려는 어린아이들의 혈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10살도 안 된 아이들이 사람을 쏘고, 총에 맞기도 합니다. 그리고 20살이되기도 전에 꽃다운 목숨을 잃습니다. 영화 속,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하는 어른도, 총과 마약을 빼앗는 경찰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은 감독의 설정이었을까요? 아니면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걸까요?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감독은 파벨라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촬영도 파벨라의 한 지역에서 했으며, 출연자의 90%를 지역 주민들로 채웠다고 합니다. 실제로 파벨라에는 마리화나를 입에 물고, 총을 들고 서있는 소년들이 많습니다.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라면, 30살이 되기도 전에 목숨을 잃는 건 이미 일상이 됐습니다. 

파벨라가 원래부터 범죄의 온상은 아니었습니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신이 만든 도시’로 불렸던 파벨라는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의 유일한 안식처였습니다. 그러나 힘없는 사람들끼리 위안을 삼고 살아가던 이곳에 범죄 조직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정부가 이들을 진압하지 못하고 혼란이 지속되면서 ‘신이 버린 도시’가 됐습니다. 

법보다 마약 조직의 말이 우선이며, 수도와 전기와 같은 기본 시설조차 없는 파벨라. 지금은 범죄뿐 아니라 빈곤과 불평등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백인들은 리우 시내에 위치한 고층아파트에, 식민지 시절 강제로 끌려온 흑인들은 파벨라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 실업률은 50%에 달하며, 학교에 가는 아이들보다 가지 않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아이들의 선택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리틀 제처럼 마약 조직에 가담하는 것입니다.

폭력과 총성에 시달리는 주민들. 최근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습니다. 바로 올림픽 때문입니다. 올림픽 선수들과 관광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파벨라에 무장경찰이 파견됐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을 위해 8,500명의 경찰과 군인들이 배치됐고, 이들은 마을로 들어와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을 펼쳤습니다. 그 뒤, 마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총성 뒤에는 어김없이 숨이 끊긴 채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말합니다. 

 

“경찰이 마을에 오는 이유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를 나오지 못하기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곳에서는 무고한 시민, 경찰, 군인, 마약 조직원, 그 누구라도 희생자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에 따르면,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2009년 이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2,500명 이상의 시민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벨라 주민들은 올림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한 주민의 인터뷰입니다.

 

“올림픽이 남긴 유산이라고는 바닥에 낭자한 피뿐입니다. 올림픽 경기에 파벨라와 가난한 사람들은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일을 하고 그들의 말을 따를 뿐입니다. 즐거움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파벨라 마을의 한 온라인 페이지에는 리우 올림픽을 ‘학살’이라고 표현한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임에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현실을 개탄한 것입니다. 

 

그들만의 리그

 

올림픽을 즐길 수 없는 사람들은 파벨라 주민들뿐일까요? 나라만 바뀔 뿐, 4년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올림픽,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김동원 감독의 영화 <상계동 올림픽>은 ‘88 서울 올림픽’ 을 배경으로 합니다. 1980년대 상계동은 파벨라와 같은 빈민촌이었습니다. 정부는 성공적인 올림픽 유치를 위해 상계동을 재개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곳에 올림픽 경기장이라도 들어오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포크레인이 무작정 밀고 들어왔어. 옥상에 있는 된장, 고추장 항아리까지 있는 대로 다 부셔버렸지. 심지어 애들이 방안에서 자고 있었는데 집을 무너뜨리더라고.”

 

강제 철거가 시작되자, 일부는 경기도 포천으로 이주를 했고 일부는 계속 남아 보금자리를 지켰습니다. 1,500여 세대 중 상계동에 남은 90여 세대. 그러나 1년 뒤, 1,000여 명의 용역과 구청 직원, 전경들의 힘에 이끌려 이들도 상계동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오갈 곳이 없어진 주민들은 명동 성당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한 후, 경기도 부천 고속도로변에 터를 잡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가건물을 짓는 도중 또다시 용역들이 들이닥쳤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근처로 올림픽 성화 봉송이 지나갈 예정이기에 미관상 좋지 않다며 건물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성황 봉송 단 5분을 위해, 상계동 주민들은 움막을 짓거나, 땅굴 속에서 몇 개월을 지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전 세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세계시민교육 보니따
 

올림픽을 즐길 수 없는 사람들은 이들만이 아닙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는 시의 주민들 역시 큰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올림픽 특수라는 말이 돌 정도로 올림픽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적자를 보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2010년 열린 밴쿠버 올림픽은 5조 원의 적자를, 2014년 소치 올림픽은 50조 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대부분 적자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연유로 최근에는 올림픽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 후보지로 미국 보스턴이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보스턴 시장은 올림픽 유치 신청을 철회하는 놀라운 선택을 했습니다.

 

“올림픽 유치가 장기적인 혜택을 가져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의 재정을 담보할 만큼 큰 혜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시민들이 올림픽 유치를 주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스턴시가 올림픽 유치에 뛰어들면서 공개했던 올림픽 예산은 약 8조 6천억 원으로 보스턴 시 1년 예산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올림픽 유치 철회 결정을 하는 곳은 보스턴만이 아닙니다.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 장소로 평창과 경합을 벌였던 뮌헨 역시 유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노르웨이 오슬로 역시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 신청을 철회했습니다.

 

되풀이되는 과거

 

다시 영화로 돌아오겠습니다. 캐럿과 리틀 제의 싸움, 승자는 누구였을까요? 시티 오브 갓을 둘러싼 싸움이 치열해지자 결국 경찰이 출동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모두 경찰에게 잡힙니다. 이렇게 도시에 평화가 찾아오나 싶었지만, 경찰은 돈을 받고 리틀 제를 풀어 줍니다. 간신히 살아난 리틀 제,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음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다시 힘을 끌어 모을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수십 발의 총소리.

 

“혁명이다! 이제 우리 차지다!”

 

도시의 또 다른 주인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전설의 3인조, 리틀 제에 이어 또 다른 아이들이 도시를 장악했습니다. 

영화 <시티 오브 갓>과 올림픽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대물림’과 ‘무관심’입니다. 정부와 세상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폭력과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문제는 끝나지 않을까요? 파벨라 마을, 쓰레기 장 옆에서 살고있는 11살 소년 엘리손이 그 답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엄마는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모든 인간처럼 엄마도 실수하죠. 문제는 엄마가 계속해서 실수를 반복한다는 거예요.”

 

문제를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 그래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실수. 이 때문에 폭력만이 희망인 도시에서는 올림픽 중에도 총소리가 멈추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