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지기 위해 널 다치게 할 순 없어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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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브런치는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으로 본 동물실험 입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동물실험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동물 실험의 효용성에 의문을 던지며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위한 동물실험,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요? 


 

‘입덧만 사라진다면, 임신 기간이 덜 힘들지 않을까?’

‘팔다리만 멀쩡하면, 내 삶이 바뀔 텐데’

‘탱탱한 피부를 평생 유지할 수는 없을까?’

 

인간은 누구나 한 번쯤,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꿈꿉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것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주인공 윌 역시 신의 영역에 도전합니다. 바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 과연 그는 성공했을까요?

 

시저의 탄생

 

평화로운 숲 속, 고요한 정적을 깨고 동물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침팬지들을 잡으러 사냥꾼들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손에 잡힌 수 십 마리의 침팬지들은 동물원이 아닌, 알츠하이머 치료제 ‘112’ 개발을 위해 연구소로 실려 갑니다. 숲에서 나무를 기어오르는 대신 우리에 갇혀 약을 투여받고, 새끼 대신 퍼즐을 손에 쥔 침팬지 ‘밝은 눈’. 다른 침팬지들에 비해 유독 영리한 모습을 보이며, 치료제 개발에 기분 좋은 신호탄을 보냅니다.

 

“인지 능력이 완전히 회복됐어요. 데이터도 명확하고요.
이제 남은 건 당신의 허락입니다. 임상 실험하게 해주세요.”

 

윌의 요청에 이사진을 설득하러 회의실로 들어간 제약회사 대표 스티븐.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갑자기 포악한 성질을 부리며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밝은 눈’ 때문에 임상실험은 무산되고 맙니다. 그리고 임상 실험에 참여했던 침팬지들은 하나씩 사살됐습니다. 하지만, 윌은 명령을 어기고 갓 태어난 ‘밝은 눈’의 새끼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는 이 어린 침팬지에게 ‘시저’라는 이름을 붙여 줍니다.

 

기적은 없었다

 

“시저는 비슷한 또래의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인지 능력을 보이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112’ 덕분에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된 ‘밝은 눈’의 새끼답게 시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놀라운 지적 능력을 보입니다. 수화로 의사 표현을 하며, 의자에 앉아 포크를 사용해 밥을 먹습니다. 이를 관찰한 윌은 곧바로 ‘112’를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에게 투여합니다. 놀랍게도, 다음 날 아버지는 멀쩡한 정신으로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합니다.

모든 게 순탄하게 풀린 듯싶었지만, 5년 뒤 사건이 터집니다. 아버지의 몸이 ‘112’에 거부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며, 병세가 전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윌이 없는 틈을 타 아버지는 밖으로 나가 남의 차에 올라타고, 차 주인과 시비가 붙게 됩니다. 시저는 윌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차 주인을 공격하고, 이 때문에 동물 보호소에 갇히게 됩니다. 구류 기간 90일 후, 시저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영화보다 더 끔찍한 현실, 탈리도마이드 베이비

 

알츠하이머 치료제 ‘112’는 영화 속 만의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57년, 독일 제약회사 그뤼네탈은 입덧과 수면 장애 등을 치료해주는 진정제 ‘콘테르간’을 출시했습니다. 그뤼넨탈은 유명한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처음으로 만든 회사로 독일에서 손꼽히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콘테르간은 오랜 시간 동물 실험을 진행했지만 아무런 부작용을 발견하지 못했고, 안전한 약으로 알려지면서 48개 국가에 수출되는 쾌거를 일궈냈습니다. 하지만 이 약이 세상에 나온 지 4년 만인 1961년, 돌연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멀쩡한 팔과 다리를 갖고 태어난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바로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 한 명인 독일인 마르기트 훈데마이어씨는 태어날 때부터 팔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 자라지 못한 몇 개의 손가락이 어깨에 붙어 있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임신하고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복용한 한 알의 약이 문제가 되었죠. 단 한 알이었습니다.”

 

입덧을 진정시켜 준다는 말에 수많은 임산부들이 콘테르간을 복용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후, 임산부들은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를 낳았고,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을 빠졌습니다. 원인이 바로 이 약 때문이었습니다. ‘콘테르간’에 들어간 탈리도마이드라고 불리는 성분이 태아의 성장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마르기트씨와 같은 ‘탈리도마이드 베이비’가 전 세계에 10,000명, 독일에만 5,000명 이상 태어났습니다. 약 부작용으로 나타난 결과는 영화보다도 훨씬 더 끔찍했습니다.

탈리도마이드가 임산부에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박사들은 다시 한 번 동물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다시 한 번 탈리도마이드 판매가 허용됐고, 리콜은 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문제점을 알고 있던 실험자들이 실험을 포기하지 않았고, 수차례의 동물실험 끝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생쥐와 쥐는 탈리도마이드에 내성을 가지고 있고, 토끼와 햄스터는 종에 따라 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고양이, 돼지 등 다른 동물들에서는 특별한 경우에만 반응이 있다는 결과였습니다.

영화 속 알츠하이머 치료제 ‘112’는 시저에게는 효과가 있었지만, 사람에게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탈리도마이드 역시 동물은 내성이 있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이를 쉽게 인정하지 않았고, 그 결과 수많은 아이들이 온전하지 못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났던 것입니다.

 

인간을 위한 동물실험, 계속되어야 하는가

 

질병 치료를 위한 의약품, 건강하고 맛 좋은 식품, 아름다움을 만들어줄 수 있는 화장품까지. 우리가 이 물건들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지금도 시간당 13,000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실에서 죽어갑니다. 최근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박테리아 연구, 생화학적 분석 등을 이용한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동물실험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2005년 캐나다와 영국에서 사용된 동물 숫자는 각각 2백3십만 마리, 1백8십만 마리였으나, 2013년 캐나다는 3백만 마리, 2014년 영국은 약 4백만 마리를 훌쩍 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5년 250만 7천 마리가 동물실험에 사용됐습니다. 동물실험은 정말 불가피한 선택일까요?

출처: http://www.dezeen.com

 

동물실험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질병을 예방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신약 개발로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기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말합니다.

 

“신약 개발과정에서 희생되는 실험동물의 사용을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 실험을 진행하는 과학자들 간에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과학자들은 동물실험을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바로 사람을 위해서입니다.”

 

동물실험 없이 신약을 사람들에게 직접 투여하면 다양한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동물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이와 반대로 전 세계 많은 수의학자와 시민단체는 동물실험의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에 불과하며, 같은 제품을 가지고 실험을 한다 하더라도 사람과 동물의 생리적 기능이 현저하게 차이가나 정확한 통계를 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학자로는 미국의 마취 학자 레이 그릭과 수의사 진 스윙글 그릭 부부가 있습니다. 이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도서 「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은 동물실험에 대한 환상과 감춰진 비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동물실험을 통해 테스트된 제품들이 인간에게는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페니실린은 기니피그를 죽이고, 토끼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았다…. 병원에서 인정한 모든 사고의 약 15%는 약물 부작용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동물실험을 거쳐 공급된 합법적인 의약품이 매년 약 100,000명의 목숨을 빼앗고 있다. (P. 19)

 

이에 더해 동물실험이 생명경시풍조를 불러일으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동물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지구에 살아가는 소중한 개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실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특히 인간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실험이 아닌데도 동물실험을 하는 것은 동물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편리를 위해 동물을 실험실로 내모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의 트로이 세이들 독성연구국장은 말합니다.

 

“단기적으로는 3R(동물실험 자제, 고통의 감소, 다른 실험으로 대체) 법칙을 적용해 피해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동물실험을 다른 방식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3R에 따라 불필요한 동물 실험으로 손꼽힌 분야가 바로 화장품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아닌, 외모를 가꾸기 위해 동물의 목숨을 빼앗는 일은 윤리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시민들의 뜻을 반영해 여러 나라들이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법을 통과시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을 시작으로 인도와 뉴질랜드에서 화장품 동물실험 제조 및 판매 금지 법안이 통과됐으며, 미국, 러시아, 캐나다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출처: www.irishantivivisection.org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디쯤 와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당시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국내에서도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하자는 소비자의 욕구가 있었고, 인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법안 외에도 16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체시험센터가 건립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화장품 업계는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동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세계적인 흐름까지는 꺾지는 못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1) 화장품으로 동물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캠페인에 서명해 주세요

화장품 동물 실험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안구자극 실험입니다. 토끼를 머리만 나오게 고정한 뒤, 마취도 하지 않고 토끼 눈에 화학물질을 주입시킵니다. 다른 동물에 비해 눈물과 깜박거림이 적어 토끼가 안구 자극 실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http://www.artofthestate.co.uk

이 실험의 결과, 토끼는 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다 뼈가 부러지고, 출혈과 염증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실명을 하거나 목숨을 잃습니다. 토끼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화장품 때문에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여 방법은 휴메인 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비크루얼티프리 서명하기를 클릭하면 됩니다. 서명 바로가기 클릭

 

2)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이용해 주세요

우리가 사용하는 대다수의 화장품은 동물 실험을 거친 제품들입니다. 토끼 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 브랜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PETA가 만든 데이타 베이스입니다. 화장품을 구매하기 전, 동물 실험 여부를 확인하세요. 전체 리스트 확인 클릭 

 

동물실험_1
출처: 세계시민교육 보니따

 

시저, 그리고 우리의 선택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침팬지 무리를 데리고 동물 보호소를 탈출한 시저는 경찰들에게 쫓기기 시작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윌 역시 시저를 쫓습니다. 둘이 자주 갔던 숲에서 만난 시저와 윌. 윌은 시저에게 손을 내밉니다.

 

“시저야, 미안해. 모두 내 잘못이야. 여기서 멈춰야 해! 집으로 가자. 내가 너를 보호해 줄게.”

 

시저는 사람이 아닌 침팬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숲을 택합니다. 하지만 현실 속 많은 동물들은 시저처럼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이들의 삶의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동물이 어떤 삶을 살기 바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