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우리의 바다가 텅텅 비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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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더 나은 미래> 이번 주제는 ‘텅 빈 바다’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바다는 우리에게 끝없이 물고기를 줄 것 같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지금 해양 생물들은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바다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이러는 걸까요? 기사에서 확인해 보세요! 클릭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우리의 바다가 텅텅 비어간다

노부부가 장터에서 거위 한 마리를 사옵니다. 다음날 아침, 놀랍게도 거위는 번쩍번쩍 황금빛을 내는 황금알을 낳았습니다. 가난했던 노부부는 거위가 하루 한 개의 황금알을 낳는 덕분에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이 집에서 더 이상 황금알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황금알을 가지려는 욕심에 노부부가 거위의 배를 갈랐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이솝 우화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과한 욕심이 화를 불렀다고. 그리고 누구나 생각합니다. 나 같으면 이런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고.

오늘 날, 황금 알을 낳는 거위는 매일같이 수천 종의 물고기가 탄생하는 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생물학자 토마스 헨리 헉슬리는 말합니다.

“대구, 청어, 정어리, 고등어 등 바다의 어류자원은 무한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무엇을 하든 물고기 수는 줄지 않을 겁니다.”

헉슬리의 말처럼, 우리 모두의 기대처럼, 물고기는 정말 잡아도 잡아도 줄지 않는 황금알일까요?

 

◇바다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다 속을 상상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형형색색의 해초와 산호초, 그 사이를 한가로이 떠도는 아름다운 물고기와 바다거북, 해마가 떠오르지는 않나요? 안타깝게도 해양 전문가들은 바다가 텅텅 비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세계자연기금(WWF)의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은 보고서에서 지난 40년간 절반 가량의 해양 생물이 사라졌다고 설명하며, 해양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등어, 참치와 같은 고등어과에 속하는 종들은 1970년에서 2010년 사이 74%가 감소했으며, 상어와 가오리, 홍어는 4종 중에 1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집트 홍해에서는 1998년에서 2001년 사이 해삼의 94%가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지구의 2/3가 물로 이루어졌기에, 바다는 항상 물고기로 가득 차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참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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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텅텅 비어가는 이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해양 생물의 수가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물고기가 자라는 속도보다 잡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잡는 양이 너무 많아 해양 생물이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한계선을 뛰어 넘었다는 의미입니다. 유엔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렇게 한계선을 넘어 잡히고 있는 해양 생물은 31%에 달하며, 더 이상 어획이 불가능한 최대치를 잡고 있는 경우는 61%나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해양 생물이 이렇게까지 말라버리게 되자, 점점 더 무분별하게 고기잡이를 한다는 점입니다. 인근 해역에서 고기 잡는 것을 넘어, 이제는 더 멀리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어선들은 전 세계가 함께 사용하는 공해로 나와 작은 것에서부터 큰 생선까지 모조기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싹쓸이 조업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참치입니다. 김밥, 샐러드, 찌개, 볶음밥 등 다양한 요리에 어울리는 만큼 우리도 참치를 꽤 많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2010년의 경우, 우리나라는 참치 어획량 부분에서는 세계 2위, 참치캔 소비량으로는 아시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참치를 즐겨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치 때문에 우리는 비윤리적인 조업활동을 하는 국가로 낙인 찍혔습니다.

참치는 주로 태평양에서 잡히는데, 태평양 참치 잡이의 1/4이 바로 공해에서 일어납니다. 수많은 참치 잡이 어선들은 공해가 특정 국가의 보호를 받지 않는 다는 점을 이용해 비윤리적인 조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바다 위에 집어 장치라고 불리는 통을 띄워 참치를 유인하는데, 문제는 참치뿐 아니라 다른 해양 생물들이 함께 모여 든다는 점입니다.

모여든 모든 해양 생물들은 촘촘히 짜인 커다란 그물에 함께 잡혀 올라오는데, 여기에 딸려온 돌고래, 가오리, 바다거북 등은 참치가 아니기 때문에 죽은 상태로 다시 버려집니다.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 생물만 참치 캔 10억 개의 양에 달합니다. 즉, 참치 캔 10개가 만들어질 때마다 1캔 분량에 해당하는 다른 해양 생물들이 희생을 당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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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원인으로는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해양 생물이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서식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어획으로 서식지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서식지가 바로 산호초와 맹그로브 숲입니다.

산호초는 전체 바다 면적의 0.1%도 되지 않지만, 해양 생물 종의 1/4이 서식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과 오염, 온난화로 산호초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열대 지방의 경우 지난 30년 동안 산호초를 만드는 산호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맹그로브 숲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맹그로브 숲은 어류뿐만 아니라 파충류, 양서류, 포유류, 조류가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곳으로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하지만 1980년에서 2005년 동안 숲의 1/5이 사라지며 해양 생태계의 위험신호를 알리고 있습니다.

 

◇양식장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바다가 텅텅 비어가고 있는 상황을 보고 누군가는 양식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실제로 바다에서 잡히는 어획량은 더 이상 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손쉽게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양식 덕분입니다. 시중에 팔리는 생선의 58%가 양식산일 만큼 규모가 대단합니다.

하지만 양식업이 가져다 준 혜택만큼 환경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양식장은 좁은 공간에 다량의 고기들이 모여 있어 수질을 오염시키고, 병균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또한, 어류들의 서식지인 맹그로브 숲을 파괴하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숲이 감소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가 즐겨 먹는 새우입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맹그로브 숲의 서식지가 새우 양식이 잘 되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새우 생산국들은 맹그로브 숲을 없애고 그 자리에 양식장을 짓고 있습니다.

양식장은 당장 부족한 해산물을 공급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지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바다에 생명을 불어 넣는 방법

(1) 착한 참치를 팝니다

그린피스는 2013년 ‘한국에는 없는 착한 참치’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우리나라 참치 잡이의 비윤리성에 대해 알렸습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이탈리아, 한국의 참치 시장 분석을 내 놓으며, 국가별로 싹쓸이 조업이 아닌 채 낚기와 같은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참치를 잡는 브랜드를 소개했습니다. 이 중에 착한 참치가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었습니다.

바다에 이로운 참치를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상황, 다행히도 이를 바꾸고자 노력한 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행복중심생협연합회입니다. 친환경 유기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펼쳐온 행복중심생활연합회는 수산물 역시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2013년 그림피스 보고서를 바탕으로 착한 참치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다음해인 2014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해양수산관리협의회(MSC)인증을 받은 착한 참치가 출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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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행복중심생협 

 

(2) 해양보호구역을 늘려 주세요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입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면 조업활동이 금지되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편안히 알을 낳고 자랄 수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은 약 3% 밖에 되지 않는 해양보호구역을 30%로 늘릴 경우, 2050년에는 연간 555조에서 1,042조에 달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15-1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1990년 3.3%에서 2014년 4.3%로 지난 24년간 해양보호구역 면적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202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10%로 늘리자는 생물다양성 목표를 충족시키려면 조금 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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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다고 괜찮은 건 아닙니다

바다 속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해양 생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만약 우리가 지금의 방식대로 고기를 잡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1990년대 캐나다 동쪽 끝에 있는 뉴펀들랜드는 차가운 해류와 따뜻한 해류가 만나는 그랜드뱅크스 덕분에 풍족한 어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업과 수산물 가공업으로 11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던 뉴펀들랜드에서는 특히 대구가 많이 잡혔습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대구가 끝없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고, 점점 더 많이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1992년 대구 어업이 붕괴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피해는 엄청났습니다. 어부 1만 명과 관련 종사자 3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대구 잡이를 금지하면서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대구의 수는 90년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다는 매년 2,800조 원 이상의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줍니다. 우리가 관리를 잘 한다면 이 혜택은 영원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해양 생물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인다면, 머지않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 속 노부부처럼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움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